[교재 후기]헤밍웨이에 대한 편견이 깨진 동시에

2022-08-19 17:18

2R에듀

샤*라 | 2021-11-05 http://blog.yes24.com/document/15353459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는가" 와 "무기여 잘 있거라"를 학생 때 흑백영화로 보았다. 정확히는 보다가 말았다. 너무 지루했고 졸렸다. 제목부터 무거웠는데 어린 나이에 별로 와닿지 않았던 거 같다. 작품성이 있다는 건 어렴풋이 알았지만 정말 재미없었다. 그 이후로 헤밍웨이는 그저 나한텐 유명한 사람일 뿐이고 노인과 바다 또한 제목 자체가 지루하게 느껴져서 언젠가는 읽긴 읽어보자 하는 마음만 있었지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런 개인적인 편견이 오히려 다행스럽게 느껴진 건 조종상님이 옮긴 노인과 바다가 내가 처음 읽게 된 노인과 바다라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만나려고 그동안 읽지 않았다라는 핑계를 댈 수 있을 만큼 편견을 모조리 깨준 책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헤밍웨이에 대한 편견이 깨진 동시에 이 책은 조종상님이라는 번역가의 발견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책이었다. 유난히 안읽히는 책들이 있다. 글이 매끄럽지 않고 오타는 물론 번역기 돌린 건가? 하는 의심이 드는 책들 말이다. 그래서 번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외국어 무식자라 원서를 읽을 수가 없으니 제대로 된 번역본을 찾으면 행운인 것이다. 그래서 같은 책을 (특히 고전들) 출판사 별로 여러 권 구입할 때가 있는데 이를 두고 신랑은 전혀 이해를 못한다. 돈 낭비라고 생각함.. 그럴 때 나는 번역이 다르다고! 하며 소리를 지른다. ㅋㅋ


이 책을 열면 뜬금없이 아저씨 대사가 나오고 윤여정님의 수상 소감이 나온다. 처음부터 당황스러웠지만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청년 "boy"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한 서두였음을 알고 아하!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된다.


p14 번역을 하다 보면 오역 또는 오해를 동반할 가능성은 생각보다 꽤 높다. 실제 우리가 우리말을 하면서도 우리말을 쓰는 타인의 얘기나 글을 잘못 해석하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하물며 외국어는 어떠하겠는가. 그렇다고 오역이나 오해가 독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아쉬울 수 있는 부분임도 분명하다. 쉽지 않을지라도 번역가는 오역이나 오해를 최대한 줄이고 정확한 단어로 정확한 번역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p16 원어의 문자를 있는 그대로 따를 것이냐, 우리 언어문화에 맞는 양식으로 수정, 적용할 것이냐, 한발 더 나아가 번역가의 해석과 작가적 역량에 기대어 보다 이해하기 쉽고 유려한 문장으로 번역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번역가마다 생각도, 판단도 다를 수 있다.


위에 나온 글들이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인데 ㅋㅋ

boy에 대해서도 엄청나게 공을 들여 설명해 주신 만큼 이 책은 <찐!>이었다!

번역가님 덕분에 정말 술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이제부터 <조종상> 이름이 보이면 무조건 읽을 것이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옛날엔 그런대로 잘나가는 어부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노인은 혼자 외롭게 변변한 고기 하나 낚지 못하며 제자인 청년의 도움을 받고 유일한 취미인 야구 신문 보는 재미로 살아간다. 84일째가 되도록 물고기 하나 못잡은 채 바다로 다시 나간 노인은 과거 87일간 고기를 낚지 못하다가 3주 내리 월척을 올린 경험을 토대로 희망을 품는다. 노인은 정말 대단하고 큰 물고기를 만나지만 그 물고기로 인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상어들과 죽음의 사투를 벌인 끝에 물고기의 뼈만 달고 귀가를 한다. 그럼에도 노인은 자부심을 잃지 않고 청년은 그런 노인을 보며 노인이 살아왔음을 감사해 한다. 노인이 물고기와 그리고 상어들과 전투를 벌일 때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함과 긴장감이 전달되었고 독자의 입장에서 제발 상어보다 큰 물고기를 잡아서 동네에 가져가길 기도했었다. 어쩌면 현실적인 스토리에 좀 실망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건 어떤 이유일까? 고전은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게 다르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서 읽으면 또 다르겠지? 이 책을 온전히 나의 아이에게도 물려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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